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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포스터>


글개요

델리아 오언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였으며, 문명(도시)과 비문명(자연) 사이에 대립을 핵심으로 두고 있습니다. 어느 한 마을 체이스의 시신이 발견되고 용의자로 주인공 카야가 지목되며 펼쳐지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입니다.

테이트(비문명) vs 체이스(문명)

이 영화의 핵심은 문명과 비문명 혹은 도시와 자연 사이의 대조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카이를 경유한 배경이 그렇습니다. 습지 소녀라고 불리는 카야는 자연 속에서 은둔의 형태로 살고 있고, 바깥 세계에는 그녀를 포용하지 않는 마을이 있습니다. 영화에는 카야가 어릴 적 학교에서 놀림을 당한다거나 그녀에게 선입견을 갖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묘사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이 것은 카야를 둘러싼 두 남자 테이트(비문명)와 체이스(문명)를 통해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우선 테이트와 카야가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은 습지이며, 그는 카야처럼 생태계에 관심이 많은 인물입니다. 반면, 체이스와 카야가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은 해변입니다. 그들이 좋아한 장소는 카야가 칩거하는 자연에 가장 외측 둘레길입니다. 아마도 자연과 마을의 경계 지점쯤이 되지 않을까 추측이 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체이스는 도시에서 습지로 유입된 사람인 것이고, 자연에 대한 관심보다는 직장에서의 진급 정략결혼 등등 도시에서의 성공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카야는 체이스와 시내에서 조우하게 되지만 테이트와는 자연에서만 만나고 있습니다. 두 남성 사이에 가장 선명한 차이는 카야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나며, 이에 카야는 누구와 얽히느냐에 따라 능동적이 되기도 하고 수동적이 되기도 합니다.
비문명인 테이트는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비유한다면, 문명인 체이스는 자연을 훼손하고 심지어 정복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체이스는 이런 대사를 하기도 합니다 "너는 내 것이다. 아무한테도 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체이스의 면면은 사실상 카야의 집을 탐내는 개발업자의 그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영화는 이들에게 이분법적인 선과 악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테이트는 왕자님, 체이스는 나쁜 놈으로 일반화시키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테이트는 진실로 카야를 아껴주었지만 배신을 하면서 거대한 상처를 주게 되고, 체이스는 저돌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카야의 의사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입체적인 캐릭터 형성 역시도 비유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테이트의 경우에는 자연을 수호하는 이가 결국 그것을 포기한 뒤에 도피해버리고 있는 현실의 면면으로 읽어낼 수도 있다고 보이며, 체이스의 경우에는 자연을 정복하려는 이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물론 그 인물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여러 주변의 영향이 그것을 배가시켰을 수 있다는 보다 면밀한 층위에서 고찰이 가능해 보입니다.

결말 해석(아버지의 폭력), 새 (Bird)

카야에게는 폭력적인 아버지(개릿 딜라헌트)가 있습니다. 그는 사실상 카야의 현재를 만든 근복적인 원인이 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폭력성은 어디서 온 것일까? 영화에서는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우회적으로 추정 가능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는 어린 카야에게 본인이 군 시절 사용하던 가방을 선물합니다. 이 것이 아버지의 폭력은 전쟁으로부터 학습된 것이라는 코멘트로 보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 영화의 배경이 1953년 - 1969년 정도이니 아마도 카야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헐겁게 말해 카야의 비극에 뿌리에는 전쟁의 소용돌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에 본 영화는 전쟁을 일으킨 윗세대의 아버지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영화로 보이기도 합니다.
다시 테이트 vs 체이스에 구도로 본다면, 케이트는 어린 시절 카야의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목격하고는 작은 몸을 부딪혀 그것을 막아냅니다. 반면에 체이스는 결국 카야의 마음을 갖지 못하자 집안을 부수는 등 그녀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폭력을 휘두릅니다. 그러니까 도식적으로 말해 테이트는 윗세대에 반하는 인물 그리고 체이스는 윗세대를 계승하는 인물인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카야가 테이트를 선택하는 측면에서 이 영화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알 수 있게됩니다. 한발 더 밀고 나가 세대에 대한 측면은 영화의 결말과도 결부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굳이 말하면 반전이 있는 영화입니다. 직접적인 답안지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사후 카야의 책에서 빨간색 털실 조개목걸이가 발견됩니다. 그리고 노년의 테이트가 그것을 집어 올리는 순간 '포식자는 사라져야만 한다'라는 카야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그녀가 체이스를 사망케 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 대목인 것입니다. 평소 카야가 흔적을 지우는 습관이 있는 모습을 보이는 등등 영화에서는 이미 그녀가 살인범일 것이라는 크루가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카야가 체이스를 죽였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본 영화는 전쟁을 일으킨 폭력적인 아버지 세대를 다음 세대의 여성이 전복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자주 반복되는 새(Bird)의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본 영화에는 여러 새들이 묘사됩니다. 새들은 습지에 머물다 계절이 바뀌면 떠나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화 속 이러한 새들은 카야와 테이트의 대한 비유로 보입니다. 우선 두 남녀가 처음 만날 때 서로에게 새 깃털을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마치 새들처럼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습지에 바깥으로 떠나지만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니까 습지로의 회귀라는 습성에서도 카야와 체이스는 새로 보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들을 새로 비유한다는 것은 이 영화의 핵심과도 맞닿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고 훼손시키면서 그것을 개발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새와 같이 자연의 흐름 속에 몸을 맡기고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인물이 생물학자가 된다는 설정도 이러한 주제를 부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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